나는 많이 참으면서 살아왔다.
참는 이유는 1. 굳이 에너지를 쏟고 싶지 않아서 2. 내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들킬까봐
제일 큰이유 3번은 나의 불편감이 들킨 상대방이 나를 불편하게 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할까봐
그런 이유로 나는 강좌평가가 늘 어려웠다. 몇번을 고치고 다시 고친다.
강좌평가의 의의를 생각했을때는 내가 낸 의견이 건설적으로 다음 수업에 반영되서 더욱 좋은 수업이 되어야 하는데
냉정하게 강의를 평가하자니, 강좌평가는 수업해준 교사나 선생님들의 성적표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짠돌이같은 점수를 줄수만은 없는 것이다.
그들이 준비한 시간과 노력, 수업과 강의에 대한 열정을 어떻게 강좌평가로 다할수 있을까?라고 생각해왔다.
그게 맞다고 생각해왔지.
그렇지만 내가, 성실함이면 누구 못지 않은 내가 수업이 잘 맞지 않았던 그 때,
수업 내내 수업의 목적을 찾지 못하고 헤매이고만 있었다면,
도대체 이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포인트를 찾지 못했다면,
이해할 수 없는 수업이 끝난후에 뭔가 모를 너무나 부족하게 미완성되버린 결과물, 과정과 결과에 대한 나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과 치욕감, 시간을 낭비한 것만 같아서 얼른 수업자료들을 버려버리고 싶었다면,
그런 나에게 강좌평가를 요청하는 것이라면?
아드레날린과 도파민이 솟구치는 상태에서 에고와 이드가 자기주장하는 번뇌의 강좌평가표 작성시간이 된다.
어차피 나에게 주는 성적표도 포인트도 잡지 못하는 학생한테 좋은 점수를 주지는 않았을것이고,
나도 그런 수업을 해준 그들에게 그들의 수업에 대한 객관적인 나의 점수를 공개하는 것은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동안의 나의 노력을 부정하고 싶지 않게 하는 마음이 만에 하나 이게 나의 착각이고, 내가 성장하였지만 나의 작은 그릇때문에 넓게, 멀리 보지 못하여 불평만 늘어놓고 있는 것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리고 그 평가표를 본, 아직 내 점수의 목줄을 잡고 있는 그들이 나에게 점수로서 갑질과 복수를 하지 않을까??
그런 막장 드라마와 같은 현실도 상상하게 된다.
강좌평가표를 작성할때 그냥 최고점 주는게, 그리고 주관식 설문지에 칭찬을 가득 써서 낼걸 이라고 생각이 드는 걸 보면 아직 한국사회 멀었다, 이러니까 발전이 없지 싶다.
그리고 결국 모든 감정을 느껴버린 그날, 참지 못하고 당신들의 노력에 대해 냉정한 점수와 내 마음속의 물음표를 적었다.
"이렇게 하는게 맞나요? 효과적인가요?"
내는 순간 짜릿한 쾌감과 약간의 불안감이 동시에 엄습했다.
강좌평가 긁어본 사람들은 알테지 ㅋㅋㅋ.. 아직 점수 받아야 되는데 ㅋㅋㅋ ^^
너무 강좌평가할때 걱정하지 마라.
그들이 여러분한테 주는 점수는 여러분의 인생을 좌우하겠지만, 여러분이 그들에게 주는 점수는 파리, 모기 정도의 귀찮음, 불쾌감 정도일테니.
이미 교실안에 들어선 순간 갑과 을은 정해져 있고, 목줄에 끌려 따라가고 있는건 우리인데
정당한 약자의 앓는 소리 한번은 들려줘야 하지 않겠나?
당신도 내 발표만큼 지루하고 지리멸렬했다고, 다 좋지만은 않았다고 말이다.
(혹시 점수가 걱정된다면 그냥 일반적으로 작성하도록 하자. 뭐가 됐던 심신의 안정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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